Local Restaurant / Mapoㅣ July 29, 2020
임진강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파주에서 나고 자란터라, 나름 스스로 매운탕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종종 매운탕이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정작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주변인들이 매운탕은 회를 시키면 나오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매운탕을 먹으려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간 섬소년 자연주의 역시 비오는 날, 한참 일에 쩔어있는 수요일이라는 찰나를 노려 친구를 꾀어 방문할 수 있었다.
홍대권에서 가끔 가는 매운탕집으로는 춘자대구탕과 섬소년 자연주의가 있다. 두 곳 모두 좋아하지만, 섬소년 자연주의는 집에서 가까워서 아무래도 더 자주 가게된다.
아귀과의 비슷한 생선이라는 망챙이 매운탕을 주문하였다. 이 가게의 메뉴는 동해안에서 직접 공수해온 해산물로 요리를 한다. 매운탕, 지리, 문어숙회, 생선구이 등.특이한 점은 세꼬시는 있어도 회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친구가 메뉴판을 보더니 아저씨들은 좋아해도 여자들은 안좋아할것 같단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묘하게 공감이 간다.
"연어회랑 새우가 없잖아"
기본찬이 간단히 내어지고, 이어서 22,000원짜리 매운탕이 나왔다. 사실 굉장한 미식가가 아니라면, 매운탕의 호불호는 보통 국물 맛에서 결정된다. 미나리를 얼마나 때려박았는지, MSG를 넣었는지, 혹은 걸쭉하게 우려냈는지 등등 국물에서 나는 개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결정된다.
이 가게의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한 편이다. 간이 약한건 아닌데, 수제비를 넣은 매운탕처럼 꾸덕한 질감은 아니다. 처음 먹어본 친구는 맛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맛있다는 호들갑의 리액션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아마 그저그런 맛이었던듯 하다. 내 입맛에는 소주가 술술 들어가는데 말이다.
가게 이름에 '자연주의'를 내걸었으니,어쩌면 깔끔한 맛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깔끔하다가 맛있다의 동의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극적인 외식에 지친 자취인에게는 반가운 맛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