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본인이 한 달 동안 돈을 얼마나 쓰는지 알고 있습니까? 재정관리를 얼마나 촘촘히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대략적으로 몇 십만원 정도 쓴다 정도만 인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마저도 직접 카드를 긁는 직관적인 소비들만 추산한 것이라, 공과금이나 핸드폰 요금처럼 숨어있는 비용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본인의 소비에 둔감해진 데에는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의 탓이 가장 큽니다. 현재 한국에서 신용카드의 이용실적은 1조 5000억원이 넘어 매년 7~8%씩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금없는 결제 하루 80조원 돌파…1년새 4조 늘어) 하지만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은 분명한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내 신용을 담보로 자유롭게 외상을 달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갖고 있는 만큼이 아닌 '빚질 수 있는' 만큼 쓰도록 만들면서, 소비를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지요.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본인의 씀씀이를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얼마를 쓰는지 알아야 저축 가능한 금액이 파악 가능하고, 불필요한 지출도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전쟁에서 병력 배치를 파악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씀씀이를 파악하고 절약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고정지출 #변동지출 #비정기지출 개념알기
지출은 발생가능성과 금액의 변동성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고정지출, 변동지출, 비정기지출 세 가지인데요, 각각의 차이점을 알고 지출을 분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략적인 개념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정지출
고정지출은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이 나가는 비용을 말합니다. 흔히 공과금이나 핸드폰 요금처럼 자동이체를 걸어두는 비용이 고정지출에 해당합니다. 고정지출은 대게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고, 금액도 고정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2) 변동지출
변동지출은 고정지출과 반대개념으로, 지출 금액이 매월 일정하지 않은 비용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생활비'의 범주가 여기에 속합니다. 변동지출은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통 절약을 한다고 할 때, 변동지출을 집중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3) 비정기지출
비정기지출은 앞의 고정지출과 변동지출과는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지출이 발생할지를 예측할 수 없고(돌발성), 따라서 지출을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조사비가 비정기지출에 해당됩니다. 제 지인이 언제 결혼할 지는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죠. 비정기지출은 비상금을 만들고 여기서 썼다 채워넣었다 하는 편이 좋습니다. 구분하지 않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나간 비용인데, 과소비를 했다는 괜한 죄책감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죠.
지출을 구분하여 가계부를 작성하라
이제 가계부를 적을 차례입니다. 가계부를 적을 때 유의할 점은 '지출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지출별로 얼마를 쓰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목적에 맞게 지출을 나눠야 합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고정/변동/비정기 지출을 구분하기는 어려우므로, 처음에는 가계부 어플의 카테고리 별로 구분할 것을 권장드립니다. 식비, 교통비, 여행비, 금융비용 등으로 나눠진 카테고리 말이죠. 일단 주어진 체계대로 정리하다가 점차 제 기준에 맞게 Customizing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의 경우를 볼까요? 저는 카테고리 별로 지출을 기록한 후에, 이를 고정/변동/비정기 지출로 각각 범주화 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제가 정리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관리하기 편한 방법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가스비나 전기비의 경우, 계절에 따라 변동이 크지만 저는 공과금으로 묶어 관리하기 위해 고정지출에 포함시켰습니다. 답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편의에 맞게 Customizing을 하시면 됩니다.
나의 소비패턴 분석하기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제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파이어 운동 3개월 차에 작성된 내용이고, 이미 허리띠 졸라 메고 대출원리금 상환중이라 초기보다 변동지출이 2/3정도로 삭감된 상황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의지값이라 실제로는 10만원 정도 더 쓰는 편입니다) 표로 정리를 해보니 몇 가지 Insight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1) 최대 지출은 부모님 용돈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50만원씩 드리고 있습니다. 월급의 1/5 수준인데 주변 또래들 얘기를 들어보니 많은 편입니다. 신입사원 시절에 회사 선배가 결혼하면 부모님 챙기기도 쉽지 않으니, 솔로 일 때 잘해드리라는 조언에 따라 용돈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드리기 시작하니 금액을 낮추는 게 어렵더군요^^)
사실 부모님께서는 용돈을 적금으로 모아두고 계십니다. 나중에 제가 큰 돈이 필요할 때 돌려주시겠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제 목표는 빨리 자산을 늘려 이 돈을 돌려받지 않는 것입니다. 이유는 효도의 의미도 있지만, 제 스스로의 자존(=경제적 독립)과도 연관된 중요한 사명이라고 여기는 이유가 큽니다. 하지만 이대로 자산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아마 '감사합니다'하고 넙죽 받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돈을 벌어야 겠습니다.
2) 고정지출의 2가지 과제는? 주거비와 보험료!
고정지출 항목에서 매스를 대야 할 곳은 바로 '주거비'와 '보험료'입니다. 주거비 먼저 보겠습니다. 현재 서울 합정동에서 친구와 함께 에어비앤비를 돌리고 있습니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수익은 보통 20만원정도 안팎인데 비해, 지출은 30~35만원 정도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마이너스 10만원으로 서울에 산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조건입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규모를 키운다면 지출을 넘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계약이 끝나는 8월에는 본가로 돌아갔다가, 적당한 때(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후)가 되면 다시 서울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보험료입니다. 이 보험의 유래를 설명드리자면, 부모님이 자식 사랑이 넘치셔서 학생일 때 가입한 보험입니다. 취업을 하면서 물려받은 유산(?)인 셈이죠. 아마 저와 같은 상황의 초년생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보험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미 수 년간 들어온 보험이고, 부모님의 지인께서 관리하는 보험이라 부모님의 체면 상의 껄끄러움도 있어서 쉽사리 해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상세히 득실을 따져보아 해지여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변동지출의 현황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저는 자동차(교통비)와 뷰티/미용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습니다. 자동차보다는 집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뷰티/미용보다는 실용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침에 출근 복장 고르는 시간도 아까워서 몇 가지 세트를 만들어 번갈아 가며 입는 스타일이니깐요.
반대로 여행 / 미식 / 카페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실 파이어 운동을 하면서 여행비와 카페비를 책정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행비와 카페비는 취미 생활의 범주인지라, 마음만 먹는다면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돈을 안 쓰면서 현재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돈도 아닙니다. 여행하면서 5만원 정도만 쓰려면 절약을 수반해야 합니다. 정말 최소한의 예산만 반영한 수준이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적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큰 비용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내역 정리는 단순히 소비패턴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제 라이프스타일을 알수 있었던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안 쓰던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제 소비를 온전히 컨트롤 할수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포스트를 읽는 여러분들도 주말 딱 하루만 시간 내어 정리해 보면서 본인을 알아가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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