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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인천에 살아서,
동인천에 엄청난 술집인 신포옛골을 찾았다.

신포옛골은 송도친구가 인천에서 가본 식당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식당이라, 나도 친구따라 세 번째 방문이다.


서두에서 미리 밝히지만 신포옛골은 자연산 재료들을 주로 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메뉴 단가가 높다.

그래서인지 송도친구도 다른 지인을 데려오기 부담스러웠을텐데, 내가 선뜻 동행하겠다고 했더니 친구도 작심하고 고삐를 풀었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를 주문하기도 전에 기본적인 나물찬부터 나온다. 일단 여기서부터 소주 반병을 마신채로 시작한다.


보통 이모님께서 그 날 괜찮은 메뉴를 추천해주신다. 심지어 이 날은 내가 멀리 파주에서 오기도 했고, 친구가 지갑을 풀어헤치려는 의사를 보이니 이모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풀코스로 준비해주셨다.


일번타자부터 엄청난 놈이 등판했다. 자연산 광어라는데, 그 동안 양식만 먹어보았지 자연산은 처음이었다.

색감부터 붉으스름해서 쫄깃함이 양식 광어와는 궤를 달리했다. 민감한 혀를 지니고 있지 않아 그동안 자연산을 고집하는 미식가들을 유별나다고 치부했는데, 이 광어를 맛보고나니 내가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이날의 MOM


두 번째로 나온 메뉴는 홍어무침. 십여년 전에 우연히 먹어보고는 삭힌 맛이 익숙치 않아 다시는 먹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자연산 광어로 식당에 대한 믿음이 최고조였기 때문에 기대를 앉고 재도전했다. 하지만 홍어는 홍어였다. 겨우 하나 삼켜넣고 포기.



막간을 틈타 등장한 오이김밥. 친구가 오싫모(오리를 싫어하는 모임) 간부급인지라 전혀 입을 대지 않아. 내가 다 먹어치웠다.


두 번째 에이스인 서산강굴. 강굴이 무엇인고 하니 서산 지역에서 나는 자연산 굴로, 양식 굴보다 크기가 작았다.

나는 굴을 못먹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비릿한 굴향을 선호하지 않아 즐기지는 않는 편이었는데, 강굴은 향이 강하지 않았다.

강굴을 퍼먹는 내 모습을 어머니가 보셨다면 꽤나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는 가지튀김이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지 사이에 고기가 꽉 차있다. 중식 스타일의 가지튀김인데, 요놈이 또 소주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술을 더 시켰다. 이제 나의 간은 숙취의 영역으로 향한다.…


마지막은 말린 생선을 노가리 스타일로 구워나왔다. 이모님께서 직접 찢어주셨다.

말린생선인데 어떻게 조리를 하신건지 은근히 촉촉하여 맛이 좋았다. 만약 값싼 노가리를 이정도 식감으로 만들어낼수만 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백합탕을 주문했다. 사진은 바지락처럼 나왔지만 실제로는 제철이라 큼직큼직하니 씹는 맛이 있었다.

아쉽게도(혹은 다행이도) 10시 영업제한 때문에 더 마시지 못하고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자연산 광어, 서산강굴, 백합탕까지 음식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마치 여행을 할 때의 즐거움을 주는 듯했다.

자주 가기에는 내 소득수준이 넉넉치는 않아 아쉽지만, 알뜰히 모아 신사임당 한 장 생길때마다 친구를 꼬셔 가고픈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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