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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Development ㅣ 4 Aug, 2020

 

 

모든 일에 신중한 성격이라 목공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작년 여름인데, 1년이 지나서야 등록을 했다.

막상 해보니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망설였나 싶다.생각보다 수업 커리큘럼이 잘 갖춰져 있어 톱질 한 번 못해본 나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손재주가 없어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서,

막상 해보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목공소까지 갈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서,

 

1년이나 망설인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면 아예 깔끔하게 포기를 하지, 1년이나 고민했던 이유는 충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 목공소를 찾아 어렵게 1달짜리를 신청을 했다.

 

목공소는 시장가의 반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다른 목공소보다 가격이 저렴했던 건 아마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목공소의 규모도 크진 않았지만, 기계까지 구비되어 있어 필요한 건 다 있었다. 

 

 

첫 걸음은 줄긋기부터

 

 

초보자 코스는 총 8주의 커리큘럼인데, 일단 1달(4주치)을 신청했다.

첫째 주는 기본 공구에 대한 사용법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제일 먼저 배운것은 자로 줄 긋는 법.받침이 있어 직각선 등을 쉽게 그을 수 있는 연기자와 각종 목공용 자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자로 줄 긋는데 특별한 요령이 있는 것은 아니라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전문 도구를 사용하니 훨씬 정교하고 쉽게 줄을 그을 수 있었다. 이런 도구가 있는 줄 알았다면, 선도 제대로 못 긋는다고 군대에서 그렇게 혼나지는 않았을 텐데...

 

나름 '행정병' - '사무직' 테크트리를 밟고 있는 편이라 똥손임에도 불구하고 후천적인 노력으로 어느정도 줄 긋기에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려져도 선이 어긋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그어진 선들이 속출했지만, 처음치고는 괜찮다는 평과 함께 무사히 통과(?)했다.

 

 

 

두 번째로 배운 공구는 톱이다. 자와는 달리 톱질은 지금껏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었다. 특히 칼, 톱 처럼 날카로운 공구류에 겁이 많은 편이라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정자세를 잡고 톱질을 하니 예상외로 정교한 톱질이 되었다. 특히 톱질은 그냥 힘을 주고 밀고 당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톱을 당길때만 힘을 주어 톱질을 해야 한다고 한다.

 

 확실히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요령을 생각하면서 톱질을 했더니 무리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고 드륵-드르륵하면서 나무가 쉽게 잘려나갔다. (물론 그것도 반복을 했더니 팔이 조금씩 아파왔지만.)

 

 

마지막 30분은 정이라는 목공도구를 배웠다.다른 공구에 비해 정이라는 도구는 생소했다. 내 머릿속의 이미지는 김전일 같은 데서 살인을 할 때 정을 못처럼 두고, 망치로 내쳐치는... 그런 살인도구로만 알고 있었는데, 목공에서는 톱질을 하고 디테일하게 나무에 붙은 작은 덩어리들을 없앨 때 정과 망치를 사용한다.

 

자, 톱, 정 중에서 정이 가장 어려웠다. 몇 번을 반복해도 감이 오질 않았다. 다음 시간에도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야할 것 같았다.

 

 

줄을 긋고, 톱질을 하고, 망치를 두드리다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뒤로하고 무념무상으로 나무질을 하면서 정신회복을 할 속셈이었지만, 생각보다 목공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조금이라도 무념무상을 했다가는 필히 피를 보겠구나 싶었다.

 

대신에 목공은 A부터 Z까지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 생활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들로부터 응용을 하거나, 그대로 빌려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기초부터 만들어내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아직 많이 배워야 하지만 어서 빨리 의자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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