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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휴는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여행을 다니지는 않고, 소소하게 친구들을 만나고, 본가에서 그동안 못봤던 콘텐츠들을 실컷 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예능/교양을 많이 챙겨봤는데, 그 중에서도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여러 편 챙겨보았습니다. 

 

 

[연휴동안 시청한 에피소드]

  • 52회 : 그것이 알고 싶은 사람들

  • 50회 : 현재진행형 비운의 20학번

  • 49회 : 방송국 특집 2탄

 최근 에피소드들은 코로나 때문에 외부로 돌아다니지 못하다보니,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이와 관련있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인터뷰 하는 포맷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포맷이 더 깊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가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다보니, 49회 방송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전문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간접체험이었습니다. 그래서 49회를 보며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였습니다.

 


#성과에 대한 부담감

 

 방송국도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창출의 지표인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방송국 사람들의 입으로 직접 전해듣는 부담감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촬영날이 되면 부담감에 헛구역질을 한다는 PD와 출연진,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쁨보다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이 더 심하다는 업계의 생리 등 모두가 성과에 대한 압박을 토로하였습니다. 특히 공중파에 비해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하는 TvN이라 다소 의외라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이유는 나의 생각을 어떠한 형태로든 남기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콘텐츠가 아무에게도 반응이 없을 때면, 창작의욕이 뚝뚝 떨어지곤 합니다. 괜시리 상위노출 한 번 시켜주지 않는 포털의 알고리즘이 야속하고, 한편으로는 아무 반응도 없는 콘텐츠에 뭣하러 시간을 쏟고 있나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다시 처음의 욕망으로 돌아가긴 하지만요)

 

 하물며 많은 자본과 사람들의 시간이 투입되는 방송 PD들은 오죽할까요? 막연히 스타 PD들은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니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면의 막중한 책임감은 방송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저처럼 단순한 '권태' 수준이 아니라, 창작의 '고통' 수준인 것이죠. 

 

 

 특히 이번 편에서는 저의 최애 프로그램인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제작한 정종연 PD님이 출연했는데, '더 지니어스'는 너무 매니아틱하여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때가 되었다는 조언을 듣고 현재는 '대탈출'을 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PD생활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더 지니어스'의 후속작을 보고 싶은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우면서도, 이해가 가는 발언이었습니다.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방송을 보고 블로그와 팟캐스트로 지나치게 낙담을 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미 주어진 환경의 제약 속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고, 노력한 만큼만 희비를 체험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본업은 아니니깐요. 제가 만든 콘텐츠가 인기가 없다고, 제 수입이 깍이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굳이 전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와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고 낙담하는 어리석은 고민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게 기억에 남는 사회적 사건은?

 공통질문으로 '기억에 남는 사회적 사건은?'이란 질문이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2002년 월드컵이나 밀레니얼처럼 즐거웠던 때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삼풍백화점 붕괴 혹은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가슴 아픈 사건을 꺼냅니다. 자연스레 저도 기억에 남는 사회적 사건은 뭘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세월호 사건'이었습니다. 

 

 세월호의 그 날이 제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제 군생활 마지막 휴가가 시작된 날(말차)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휴가는 보통 전역에 붙여서 쓰기 때문에 사실상 전역일이나 마찬가지였죠. 개인적으로는 군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행복한 날이 사회적으로는 비극적인 하루였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날의 아이러니함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사건을 처음 접한 곳은 동서울 버스터미널이었습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집으로 가려면 우선 동서울 버스터미널을 거쳐야 했습니다. 두 시간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대합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사고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전원 구조되었다고 오보가 나오던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피상적인 '다행이네'란 생각과 함께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전원 생존은 오보였고,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특보가 연이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전역한 자식보다는 뉴스에 집중하셨고, 오랫만에 개통한 핸드폰에서는 온통 세월호 기사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열흘간의 마지막 휴가에서 본 세상은 제가 2년간 고대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역이라는 해방감에 취해 세월호 사건에 너무 무덤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응답하라 1994의 삼풍백화점 붕괴 이야기처럼 드라마에서 가공한 비극에 대해서는 슬퍼하면서도, 정작 제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는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했었던 듯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비극의 무게를 깨달았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운 점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 편을 다 봤습니다. 아무래도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분들이라 그런지 사소한 이야기들도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곧 정주행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며 읽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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