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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촌 파주시청 근처에 업력이 30여년이 넘는 보기드문 순대국집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금촌 시민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모양. 위치는 금촌역에서 10분 정도 쭉 직진하여 걸어오면 된다. 

 

노포답게 간판의 등이 몇 개 나가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꽤나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다. 고향 친구들로 추정되는 젊은이들, 혼밥하는 아저씨, 친목모임으로 온 듯한 어머님들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순대국을 먹고 있었다. 특정 세대만으로 붐비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노포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 역시 순대국을 하나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사진을 못 찍었는데 가격은 아래와 같다.

 

[메뉴와 가격]

순대국 8,000

순대국(특) 9,000

술국 15,000

모듬(대) 30,000

모듬(중) 28,000

순대(대) 29,000

순대(중) 27,000

 

 가격은 무난하다. 최근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인천의 이화찹쌀순대의 순대국도 8,000원이었으니. 이제 맛만 좋으면 된다. 

 

 

 테이블 구석에는 컵이 있어야 할 자리에 공깃밥 그릇이 포개져 있다. 컵 대신 사발로 쓰라고 갖다 놓은 듯하다. 약간 노포인거 티내는 스타일(?) 

 

김치는 항아리에서 퍼담는 방식이다

 

 주방에는 큼직하게 고기, 쌀, 김치가 모두 국내산이라고 써있었다. 아무래도 파주에서 가장 유명한 순대국집 중 하나이다보니 반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나는 중국산 김치도 잘 먹는 비위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는 않으나, 그래도 국내산이라 하니 김치가 왠지 더 맛있는거 같은 기분이 든다.

 

순대국 8,000원

 

 엄청난 보글거림과 함께 순대국이 들어왔다. 일단 곰탕처럼 뽀얀 국물의 색깔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다른 블로거의 포스팅을 보니 사골육수를 우렸다고 하는 데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국물을 먹어보니 정성스레 끓였을 때의 깊은 맛이 났다. 다만 간이 내 입맛에는 약간 짜다고 느껴졌다. 원래 짠 건지 그 날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돼지 허파
돼지 간

하지만 안의 부속물에 대해서는 이견없이 200% 만족스러웠다. 우선 들어간 부속이 엄청 다양했다. 흔히 순대국에 들어가는 위, 소장, 수육은 물론 간이나 허파처럼 모듬으로는 나올망정 순대국에서는 보기 힘든 재료까지 꽉꽉 들어찼다. 사실상 뚝배기 한 그릇 안에 돼지부속이 풀코스로 들어간 셈이다.

 

게다가 많은 블로거들이 얘기한대로 양이 많고, 건더기가 큼직큼직 했다. 그래서 씹는 식감도 좋고,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내 뒷자리에 앉으신 어머님들도 연신 부속들이 맛있다며 시원하게 완뚝하셨다. 이렇게 내장이 많이 들어간 순대국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북식 순대 (카메라에 김이 서려서...)

 

사실 큰손집을 방문하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바로 요 순대였다. 파주에 살면서도 이북식 순대는 거의 접해본 적이 없었다. 얼핏 커다란 찹쌀순대나 동해안의 아바이 순대를 생각했는데, 오히려 큰손집의 순대는 백암순대와 비슷한 비주얼의 하얀순대였다. 

 

순대하면 떠오르는 당면이나 선지는 거의 들어가지 않은 듯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순대를 만들때 당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당면순대를 보면 기겁을 한다고 한다... 아무튼 큰손집의 순대는 고기와 야채가 꽉꽉 들어찬 것이 만두 속같은데, 알고보니 이러한 고기순대가 평양식(평안도) 오리지널 스타일라고 한다. 실제로 사장님이 순대를 배웠던 가게의 주인장이 임진강 너머의 장단 출신이었다고 한다. 자세한 스토리는 아래 영상에서.

 

 

 지금까지 이북식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순대가 워낙 친숙한 음식인데다가 이미 다양한 순대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처음 먹어봐도 맛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범주에 있었다. (정확히는 이북식 순대를 가지고 만든 한국식 순대국 느낌이다) 그렇지만 고기가 실하게 들어가 있어 특별한 수식을 붙이지 않아도 순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밥을 말아 라스트 댄스

 

순대국을 반쯤 먹고 나서 다데기를 풀고 밥을 말았다. 먹다보니 소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혼자 청승떠는 것 같아서 그냥 참았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순대국이었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풍부한 돼지내장과 이색적인 이북식 순대. 특히 큰손집의 순대는 선지가 들어가지 않아 순대국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좋아할만한 순대같다. 

 

나중에 지인들이 파주에 놀러오면 해장용으로 한 번은 소개해주고 싶은 식당이다. 파주라서 먹어볼 수 있는 '이북식 순대'라며 온갖 부심을 떨면서 말이다. 

 

파주가 한반도 평화수도임을 실감하는 날

 

큰손집 (금촌)

경기 파주시 중앙로 270 (금촌역에서 도보로 10분)

031-944-8894

매일 10:00 -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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