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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홍대/합정/망원, 서울

Travel ㅣ July, 2020

 

2020년 7월의 여행

 지방에서 친구가 올라온다고 해서 금요일에 무려 '연차'까지 쓰고, 우리동네(마포구 서교동) 여행을 했다. 그.런.데 주말이 끝나고 되돌아보니 한거라고는 먹고, 마시고, 게임하고, 잠 잔일 밖에 없더라. 돈도 없고, 친구랑 할건 더더욱 없고. 사실 사내놈들의 여행이 다 이렇지 않은가. 그래도 한 가지 제대로 한 건, 동네 주민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로컬맛집들은 샅샅이 뒤져다녔다는 점이다.  (핸드폰발 사진 발퀄주의)

 


1일차 1:00 PM

합정 합정옥

 

 

 

 

 매번 가야지 벼뤘지만 9시 Close라는 극악의 운영시간으로 가보지 못했던 한우곰탕 전문점. 무려 미쉐린 가이드에 실린 합정의 비밀스런 네임드 식당. 우리는 곰탕과 수육을 시켰다.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이 비주얼에 소주를 시키지 않으면 인간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친구가 주차할데가 없어 차를 끌고오는 바람에 나혼자 혼술을 했다. (같이 안 마실만도 한데, 의리없게 혼자 마시는 인성...)

 

 사실 곰탕은 내가 싫어하는 음식 중에 하나였다. 최근 입맛이 바뀌지 전까지 간이 심심한 음식을 별로 안좋아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 집에서 곰탕 한 번 끓이면 일주일이고 곰탕만 먹어야했던 악몽때문이다. 하지만 합정옥의 곰탕은 간이 쎄지 않는데도, 국물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고기향이 일품이다. 처음 평양냉면을 맛봤을때의 충격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수육 또한 처음 먹어보았는데 이 또한 소주를 유혹하는 맛이다. 특히 저 수육을 끓인 국물이 진짜 비밀병기같은 안주다. 제발 여기는 12시까지 영업을 해줬으면 좋겠다. 

 

 

1일차 7:00 PM

망원 청기와숯불갈비

 

 

 

 

 지금은 없어진 망원 우체국 근방은 업력이 몇 십년은 되어보이는 가든 형식의 갈비집이 몇 채 모여있다. 근처에 지역 상권을 씹어먹는 곱창전골집 '청어람'이 있기 때문에 외지인들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집 근처의 서교가든에 외지인들이 많이 모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쪽 골목의 갈비집들을 애정한다. 친구도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이 참에 갔다. 

 

 이 가게의 '특'장점은 가성비와 친절함에 있다. 가게의 외관이나 이모님들의 고기굽는 심상치 않은 내공을 생각하면, 손님이 마음에 안들면 욕한바가지 퍼부어줄 것 같은 욕쟁이할머니st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인심도 후하고 짬에서 나오는 서비스가 일품이다. 술 마시기 좋으라고 일부러 옆테이블에서 따로 고기를 구워 주기도 하시고, 1인분을 덤으로 주기도 하신다. 비교적 저렴한 고기에 술 한잔 하기에는 제격인 곳.

1일차 09:00 pm
연남동 탕탕

 연남동하면 으레 철길 공원숲으로 유명한 연트럴파크 일대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연남동은 번화가 너머로 홍대 근방까지 포함되는 넓은 지역이다. 그리고 번화가만 벗어나면 오래됐으면서도 조용한 주택가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 배후지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몇몇 불세출의 가게들이 있는데, '연남동 탕탕'도 그 중 하나이다. 파는 메뉴는 김치찌개, 계란말이, 바지락 술찜 등 대학가에서 볼 법한 평범한 라인업이지만, 늘 사람들이 넘처난다. 

 물론 우리가 간 날도 금요일 밤이라 웨이팅이 있었다. 그래서 매장은 포기하고, 김치찌개 1인분을 포장하여 집 옥상에 설치한 간이테이블에서 소주를 깠다. 그런데 말이 1인분이지 족히 세 사람이 먹어도 될 만한 엄청난 양이였다. 심지어 우리는 1차로 고기까지 먹은 상황이였기 때문에, 절반도 다 먹질 못했다. 결국 남은 김치찌개는 다음 날 저녁밥으로 다시 한번 먹어치웠다...

 

2일차 11:30 am
566라멘

 

 

 웬만한 종류의 식당은 모두 있는 홍대지만, 그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식당는 주로 아시안 푸드다. 진진부터 여러 화상들이 운영하고 있는 로컬중식당들(한국식 중식과 구분을 위해 로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작지만 내공 넘치는 일본 라멘과 일본 가정식집들, 그리고 툭툭 누들타이를 위시로 전국구 맛집이 되어버린 몇몇 동남아 식당들까지. 아시안 푸드를 즐기기에는 홍대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다음 날에는 요즘 눈에 띄게 웨이팅이 길어진 566라멘집을 갔다. 불과 두 세 달 전만해도 오픈 시간대에는 비교적 한산했는데, 이제는 가게 문 열기 10분 전에 도착해도 한 두 팀이 기다리고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다행이 집에서 가까워서 오픈시간에 딱 맞춰 해장용으로 방문했다. 이 가게의 시그니처인 66라멘은 굵은 면, 수북한 양의 숙주와 다진마늘, 두꺼운 차슈와 기름 등 기존의 라면과는 다른 느낌이다.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노부부가 내어줄 법한 투박한 비주얼이랄까.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 번 먹고나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라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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